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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 나눔과 이야기

🌿 남도 영성 순례기 – 빛은 낮은 곳에 머무신다 김옥성 목사

관리자 2025-07-08 (화) 16:06 1년전 366  
🌿 남도 영성 순례기 – 빛은 낮은 곳에 머무신다
김옥성 목사(기장 영성수련원 임마누엘 영성학교장, 하늘씨앗교회)
기장 영성수련원 2025년 6월 9~10일 남도순례기
2025년 6월 9일 아침,
우리는 짧지만 깊은 여정을 다녀왔습니다.
기장 영성수련원의 이름으로 하늘의 숨결을 품은 땅, 남도로 향한 1박 2일.
이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엔 거룩하되 조용한, 높기보다 낮고, 강하기보다 따뜻한 한국의 영성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1. 비움의 방 — 이세종 성인의 자리에서
묵은 햇살이 머문 방,
침묵이 기도처럼 배인 마룻바닥.
그곳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비우고 앉아 있었습니다.

청빈은 가난이 아니었습니다.
더 가지지 않기 위해,
더 낮아지기 위해
스스로 버리신 사랑이었습니다.

그분의 거처에는
단 하나의 십자가도,
이름도,
명예도 없었으나

우리는 그 빈자리에서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비우는 만큼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비움이 곧 채움이란다.”

성인의 침묵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렸습니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 이공 이세종 성자를 기리며

스승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말거라.”

거적대기 하나조차 덮지 말고,
죽으면 흙으로 덮으라 하셨다.
그래서 그는
끝내 흙과 하나가 되었다.

무엇 하나 남지 않았다.
사진도, 글도, 묘비도.
그분을 알던 이들도
하나둘, 바람 따라 사라졌다.

이제는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
말해줄 이조차 세상에 없다.

그러나
무등산 자락엔
스승의 기도 숨결이 남아 있다.
마른 돌멩이에도,
스산한 바람결에도,
밤하늘 별빛에도
그분의 무명(無名)이 고요히 타오른다.

이름을 세우지 않겠다는
붓다의 외침처럼,
상을 만들지 말라는 유언처럼
그분은 남지 않았지만
지워지지도 않았다.

무엇도 가지지 않았기에
모든 것의 주인이 되었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그는 아직 여기 있다.

기도처럼 남아,
침묵처럼 살아,
바람처럼 흐른다.

그 이름,
이공 이세종.
비어 있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스승을 만난다.


2. 맨발로 걸어간 길 —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님을 그리며
해남의 흙길, 광주의 바람,
산 속 외딴 움막에서
그는 하늘을 품었다.

스승의 불꽃 같은 눈빛 아래
세상의 부요를 불살라 버리고
짐승도 잡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짚신을 삼아 신고 길을 나섰다.

금식의 배고픔을
하늘의 말씀으로 채우고,
살갗에 닿는 무명옷 한 벌로
세상의 따뜻함을 대신했다.

쌀 한 숟가락 덜어 모으며
“이것이 학교가 되고, 병원이 되고,
자주국가가 될 것이다.”
그는 작은 기적을 믿었다.

비누 대신 잿물을 쓰며,
잊힌 이들,
버림받은 아이들을 품고
자기 몫의 고기를 내려놓았다.

동광원의 언니들,
이 땅의 마지막 수도자들.
흙 묻은 손으로
기도처럼 노동하고,
밥처럼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병든 육신의 무게 앞에서
한 그릇 굴비국을 들고 그는 말한다.

“나는 실패자요,
율법주의의 죄인일 뿐.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만
얻는 것이다.”

그 깨달음 앞에서
하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땅은 눈물처럼 그의 맨발을 적셨다.

그는 떠났으나
그의 길 위에 자라나는
한 숟갈, 한 걸음,
은혜의 밀알들.

오늘 우리도 묻는다.
나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믿는가.


3. 낮은 섬김 — 오방 최홍준 목사의 발걸음
언제나 사람들 뒤에 서 계셨던
그분의 발자국은
항상 아래를 향해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으려 했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으려 했던
진실한 목자.

눈물로 기도하며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 울고,
싸우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껴안던 그분의 길.

한 줌의 권세도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기에,
모든 것을 공동체 앞에 내려놓고
끝끝내 사람을 사랑하셨던.

그의 영성은
한 편의 말씀,
한 줄기 예언처럼
우리의 어두운 길을 밝혔습니다.

4. 낮은 섬김 — 오방 최홍준 목사의 발걸음

언제나 사람들 뒤에 서 계셨던
그분의 발자국은
항상 아래를 향해 있었습니다.

단 한 번도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으려 했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으려 했던
진실한 목자.

눈물로 기도하며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 울고,
싸우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껴안던 그분의 길.

한 줌의 권세도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기에
모든 것을 공동체 앞에 내려놓고
끝끝내 사람을 사랑하셨던

그의 영성은
한 편의 말씀,
한 줄기 예언처럼
우리의 어두운 길을 밝혔습니다.

5. 살리는 사랑 — 디아코니아 언님들의 삶

오갈 데 없는 이들 곁에서
당신들은 늘 ‘어머니’였습니다.
찬바람 속에 누운 폐결핵 환자들에게
기도 대신 이불을 덮어주던

디아코니아의 손길은
눈물로 짠 복음이었습니다.

여성숙 선생,
99세의 나이에도
그분은 오히려
더 낮고 어두운 곳을 택하셨습니다.

상도, 명예, 세상의 박수마저도
조용히 물리치고
당신의 전 재산을
주님의 이웃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사랑 앞에
우리는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 영성 앞에
우리는 다시
사랑을 배웠습니다.

6. 빛은 조용히 낮은 곳에 머무신다
— 디아코니아 언님들께 드리는 감사의 시

남도순례 마지막 길
한국 디아코니아 자매회
고요헌 그곳엔 화려한 제단도
웅장한 성화도 없었지만
예수께서 계신 곳

이웃의 피 묻은 상처를
당신의 무릎에 눕히고
버려진 생명을
자신의 마지막 밥 한 숟갈로 지켜낸
그 손, 그 등, 그 발걸음이
성체(聖사랑의습니다.합니다.

언님
이름조차 널리 알리기 싫어
상도 거절하신 그 분,
여성숙 선생님께서
당신 삶 전체를
디아코니아의 불꽃으로 태우셨다는 것을
우리는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폐결핵 환자 곁에
낡은 담요 한 장이 되고,
외면당한 이웃 곁에
기도보다 먼저
밥 한 그릇이 되어준 그 삶.

사랑이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낸 고백이라는 것을
언님들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그 낮고 좁은 골목에
하나님은 먼저 찾아오셨고,
당신들은 그분의 마음으로
가난한 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셨습니다.

기도란 무엇입니까?
당신들의 삶을 보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으니
기도는
가만히 귀 기울이는 일,
기도는
먼저 다가가 앉는 일,
기도는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
나를 눕히는 일이라는 것을
언님들
당신들이 있어
우리는 하늘의 얼굴을 봅니다.
당신들의 조용한 손길로
세상은 아직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빛보다 더 빛나는 삶을
이웃의 눈물 속에서
끝까지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도보다 먼저
사랑을 실천해주셔서.

언젠가 이 땅이
당신들의 발자취를 따라
다시 하늘을 품게 될 그날까지
우리 또한 그 길을
함께 걷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이 시는 노종숙 원장님, 이영숙 언님, 그리고 여성숙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디아코니아 언님들께 바치는 마음의 꽃다발입니다.


7. 수행의 밤, 솔성수도원에서

늦은 밤,
솔성수도원 뜨락에 개구리 울음소리 요란하네.
고요가 파문처럼 번지는 방 안,
나는 오래된 기억 하나 꺼냅니다.

김한중 목사,
젊은 날 함께 땀 흘리며 앉았던 도반,
이제는
삶으로, 노동으로
몸으로 영성을 살아내는
이 시대의 혁명의 수도자.

광주,
그 피의 도시에서
시민사무대를 끝까지 지켰던 사람.
총알이 스치는 골목 끝에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죽음을 넘어 사랑을 지켰던 사람.

그가 들려준 그날의 이야기,
한 문장, 한 침묵마다
가슴을 울리는 피의 기도였습니다.
소설보다, 기록보다
더 깊고 뜨거운
살아있는 증언이었습니다.

이 밤,
그 수도자가 건넨
액자의 글귀 하나가
벽처럼, 침묵처럼 나를 감쌉니다.

"내가 탐욕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탐욕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처럼
모든 생명체가 탐욕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이 한 문장,
책이 아닌 삶에서 태어난 기도입니다.
철학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쓴 한 구절입니다.

솔성수도원의 밤은 깊어갑니다.
도시를 버리고
세상을 떠나
세상 한가운데로 돌아가기 위해
여기 모인 이들,
함께 눈을 감고
심장의 소리를 듣습니다.

혁명은
깃발이 아니라
고요한 묵상과
작은 사랑과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 속에 있습니다.

이 밤,
나는 깨달았습니다.
수도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참된 삶을 위해 침묵하는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있었습니다.


8. 무등산의 숨결, 성령의 바람 
– 솔성수도원의 아침기도

자유롭게 선다
바위 위에
맨발로 
무등산의 깊은 숨결이
등줄기로 타고 흐르고
아직 말 걸지 않은 새들이
먼저 기도를 시작한다

백회로 하늘기운들어오고
용천혈로 땅의 기운
손바닥 장심혈이
내 단전혈에  하나가 된다.
천
지
인
삼위일체 하나님이
숨으로, 가슴으로,
하나가 된다

한줄기 바람이 이마를 스치면
그것은 성령이시고
햇살이 손등을 어루만지면
그것은 하나님의 입맞춤이다

산의 기운과
하늘의 숨결이
내 안에서 하나가 되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말씀 없이 들려오는 주의 음성
"너는 지금도 내 안에 있다"

바위가 제단이 되고
내 몸이 성전이 되어
이 아침, 나는 온전히
주 앞에 엎드린다

무릎 꿇지 않아도
서 있어도
나는 지금, 삼위일체 하나님이 
내 안에서 숨쉰다.

이 자리가
거룩이다
이 침묵이
찬양이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9. 여기가 천국인가

등 뒤는
무등산의 크고 뜨거운 기운
등줄기를 타고
내 몸 안으로 흘러든다

눈앞은
동틀녘 태양이 붉게 떠오르고
하늘을 가르며
이름 모를 새소리들이 기도를 읊는다

바람은
조용히 내 볼을 스치고
이 순간,
나는 나를 잊는다

발 아래
용천혈로 땅의 기운 가득 오르고
정수리는
백화혈로 하늘기운이 쏟아진다

가슴 한복판,
장심혈이 열리고
사랑의 기운이 넘쳐흐른다

나는 지금
숨도, 시간도, 이름도 없이
그저 한 존재로 선다

아—
여기가 천국인가
여기가 어디인가

몸과 마음과 영이
하나의 숨결로 이어지는 이 자리
하늘도, 땅도, 나도
모두 하나 되는 곳

아—
여기가 천국이다


10. 솔성수도원의 아침

무등산의 영맥이
주음성이 되어
새소리로 우리를 깨운다

혼이 깨어난다
내 안의 참나를 깨우고
맨발의 성자 이현필의 영성이
이세종의 청빈과 비움의 삶으로 살아난다

솔숲의 침묵이 말씀을 품고
햇살 한 줄기, 바람 한 줄기조차
기도가 되어 스며든다

고요한 숨결 사이로
말씀처럼 다가오는 빛
그 빛 안에 우리는 깨어난다

오늘도 남도의 영맥이
기장의 영성으로 흐르고
우리 한국교회를 깨우게 하소서

침묵은 노래가 되고
숨결은 기도가 되어
우리 안에 주님이 머무신다

오늘 하루를
기도처럼 걷게 하소서
숨결마다 말씀을 품게 하시고
만남마다 사랑을 심게 하소서

고요 속에 들리는 주의 속삭임을
세상 속 고통의 외마디로 듣게 하시고
행동으로 응답하게 하소서

빛보다 더 조용한 진리의 길 위에
십자가를 지고
그 길 끝에 부활을 노래하게 하소서 20250610


11. 길 위에서 마주한 하나님

— 남도영성순례를 마치며

우리는 순례자였습니다.
말없이 걸었습니다.
낮은 곳으로, 아픈 곳으로,
잊힌 사람들의 자리로.

이세종 성인의 마룻바닥 위,
비워진 방 하나가
우리를 멈춰 세웠습니다.
청빈이란,
단순히 가지지 않음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어 놓는 사랑임을
그분의 숨결에서 배웠습니다.

오방 최홍준 목사님의 눈길은
언제나 아래를 향했습니다.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고,
가난한 이들보다 높아지지 않는
섬김의 발자국이
우리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디아코니아 수도회 언님들,
당신들은 말없는 복음이었습니다.
폐결핵 환자들의 숨결을 품은
여성숙 선생님의 손길은
예수의 손처럼
뜨겁고도 조용했습니다.

그 거룩한 무명(無名)의 이름들,
이름보다 삶으로 말하는
침묵의 교사들,
우리의 눈물이 말해준 사랑의 얼굴이었습니다.

우리는 외평제일교회의 뜨락에서
1박 2일의 남도순례울 나누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더는 예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바람이, 흙이,
그분들의 영성이
우리의 기도를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길 위에서 우리는 물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비우고,
얼마나 낮아져,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주님,
오늘 우리가 배운 사랑을
이제 삶으로 살아내게 하소서.
이제 다시
그 낮은 길을,
예수의 길을
기꺼이 걷게 하소서.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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