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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성 나눔과 이야기

[청년세대의 영성이야기] "미투의 영성"_박우섭

관리자 2025-07-07 (월) 20:07 1년전 456  

 

“그래서 몸의 한 부분이 고통을 겪으면, 모든 부분이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부분이 영광을 받으면, 모든 부분이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 12:26)

 

2018년도에 시작된 미투운동은 한국 여성운동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흐름이 스쿨미투입니다. 같은 해 3월, 충북의 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은 SNS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미투운동은 성폭력이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관계와 구조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적인 폭력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나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타인의 고통은 더 이상 ‘그들만의 일’이 아니며, 곧 나의 것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피해자–조력자 구도를 넘어서, 고통 앞에 함께 서 있는 존재로 나 자신을 다시 묻게 되는 일입니다.

요즘은 존경받는 어른들의 장례식이나 그분들을 기념하는 자리에 참석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으로 귀한 분들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추모의 언어는 때때로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남깁니다.“그분은 제가 어려울 때 정말 잘해주신 분이었습니다.” 이러한 말들 속에서, 추모의 자리가 어느 순간 고인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은 결국 나의 감정을 말하는 방식이며, 기억의 중심을 고인이 아니라 ‘나’에게 두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렇게 될 때, 나에게 의미 없었던 사람들, 혹은 내 경험 바깥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이 무의식적인 배제의 구조는, 결국 ‘좋은 사람’이라는 말의 기준이 얼마나 나의 경험 중심으로 작동하는지를 드러냅니다.

지난 사순절 영성강좌에서 이영미 교수님은 이우정 장로님의 삶과 영성을 소개하며 ‘미투의 영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셨습니다. 교수님은 이 장로님의 삶이 단순히 약자와의 연대를 넘어, 고통받는 이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우리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실천했던 삶이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이는 연대의 태도이기 이전에, 감수성의 방향을 전환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청년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감수성이 공존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자기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감정에 부합할 때만 그것을 ‘권리’로 주장하고, 그렇지 않은 타인의 권리는 쉽게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지난 세대를 많이 닮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고, 타인의 권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행동하려는 태도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영성은, 타인의 고통에 단지 공감하는 것을 넘어, 그 고통을 감각의 중심에 놓고 나의 자리를 다시 구성하려는 감수성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타인의 ‘나’를 지우고, 고통받는 ‘타인’을 세우는 일.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런 자리에 나를 위치시키고자 하는 시도에서 영성은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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