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소수자로 살아남기"_박우섭(1995년생,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우섭님은 언제 기도하시나요?"
"기도 안합니다.“
주저리주저리 관상기도에 대한 설명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측은한 눈빛에 설명을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기도는 주여 외치면서 뜨거운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체험을 못 해서 그렇겠지 딱해라. 이런 말을 안 하고 측은한 눈빛으로 끝나면 감지덕지해야지요. 저 사람들은 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이 아는 것 말고는 무시합니다.
2017년, 23살에 흔히 말하는 마음이 뜨거워지고 영적인 존재를 실감하는 성령체험이라는 것을 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만남을 계기로 그동안의 삶에서 회심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요. 저는 아주 보수적인 감리교회에서 주여 세 번을 외치지 않으면 기도가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삶의 문제를 두고 주여 소리를 지르며 열심히 기도했지요. 하나님한테 요구할 사항은 참 많았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갈등이 끊이질 않았고, 친구는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두고 기도를 하다 보니 점차 말이 줄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없어지고, 더 기대하는 것도 없어집니다.
2년쯤 지나 25살이 되었을 때는, 점차 기도의 자리에서는 말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때로는 화를 내면서 말을 쏟아붓고 다시 멍해져서 몇 시간이고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슬픔과 평안의 공존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분노와 침묵을 반복하면서 마음속의 응어리들은 점차 지워졌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기도에서는 제 말의 비중이 줄었습니다. 가만히 성서를 읽고 침묵 속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무의미한 고집을 외치기보다는 말씀을 묵상하자, 침묵 가운데 나의 고집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섭리에 귀 기울이자. 그리고 한걸음이라도 말씀을 살아내자.
영적 기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격 유형처럼 영성에도 유형이 있고, 기도에도 성향이 있습니다. 코니 웨어의 『당신의 영성유형을 발견하라』라는 책에는 영성 유형을 사유형, 존재형, 감정형, 행동형의 4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합니다. 이 책에서 구분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장입니다. 각 유형은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 매몰되고 교조적이고 독단적으로 빠집니다. 반대로 영성이 심화하여 성장한다면 다른 유형의 영성을 교차적으로 보여주게 됩니다. 사유형이 심화하면 존재형의 형태가 추가되고, 감정형이 깊어지면 행동형의 형태가 추가되는 등, 영성의 다양한 형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영성의 기질은 연결되며 이들이 모여서 교회를 이룹니다. 코니 웨어는 이런 측면을 강조하지요. 어떤 공동체가 한가지 영성으로 통일되어 있다면, 그 공동체는 발전하지 못한 공동체겠지요.
교회는 이런 다양한 영성의 형태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공동체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영성을 가진 목사님은 많이 보았어도, 다양한 영성을 존중하는 목사님은 많이 못 본 것 같습니다. 목사님들부터 이러는데 교우들은 어떨지요. 자신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교회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적은 비율의 영성 유형을 가진 청년들은 더욱 그렇겠지요. 늘 잘 맞는 교회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청년들을 많이 봅니다. 잘 맞는 교회라는 것은 편의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자기 취향의 교회라기보다는 자신의 영성기질을 무시하거나 특정 영성을 강압적으로 요구하지 않을 교회라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겠지요. 어떤 공동체에 소수자들이 없다면, 우리 교회가 한 마음, 한 뜻, 한 형태로 기도하고 있다면 그것이 정말 건강한 교회인지 고민해봐야 할 일입니다. 어쩌면 이미 수많은 다수가 아닌 교우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장벽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교회 공동체의 영성이 발전한다면 거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영성을 가지고 공존하고 있겠지요. 청년들은 그런 공동체에서 창조주가 빚으시는 고유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